부산 남구 대연터널 입구에 정체불명의 단어 구조물이 설치됐다가 거센 비판이 일자 천막으로 부랴부랴 가려지는 촌극이 벌어졌다. ‘꾀, 끼, 깡, 꼴, 끈’이라는 다섯 음절 글자를 각각 붙여놓은 이 구조물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부산의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.
23일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 21일 도시고속도로 대연터널 상행선(문현동~구서동) 입구 위에 ‘꾀, 끼, 깡, 꼴, 끈’ 글자 구조물을 설치했다. 이 구조물은 시설공단의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의 하나로, 예산 900만 원이 들어갔다. 하지만 이를 본 시민은 “정체불명의 해괴한 문구가 터널 입구에 붙어 있다”고 언론사 등에 제보했고, 인터넷에는 ‘합성이 아니냐’는 말까지 나돌았다. 게다가 이 문구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월 시무식에서 공직자가 가져야 할 5가지 덕목으로 언급한 것과 같아 시설공단의 ‘과잉 충성’ 의혹마저 일었다. 박 시장은 “공적 선의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꾀(지혜), 끼(재능), 깡(용기), 꼴(디자인), 끈(네트워킹)이 필요하다”고 강조한 바 있다.
특히 터널에 진입하는 운전자들이 시선을 빼앗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. 김홍태(42·북구) 씨는 “폰트에 오류가 난 디자인을 그대로 설치한 줄 알았다.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”고 말했다. 류민진(여·35·해운대구) 씨는 “글씨체도 촌스럽고, 글자 5개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. 저런 걸 왜 돈을 들여 붙여 놓는가. 글로벌허브도시를 지향한다는 부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”라고 꼬집었다.
거센 비판이 일자 시설공단은 23일 파란색 천막을 씌워 해당 구조물을 가렸다. 시설공단 관계자는 “이 문구는 주철환 작가의 책에서 나온 것이고, 박 시장과는 무관하다. 대연터널 입구는 사고 위험이 적은 직선구간이고, 평소 차량 정체도 잦은 곳이라 시범사업으로 구조물을 세우게 됐다”고 해명했다.
부산시도 공식 입장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. 해외 출장 중인 박 시장은 “안전이 중요시되는 고속도로 터널 위에 저런 문구를 설치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.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”며 “시 산하 기관이 업무처리를 할 때 시민 눈높이에 맞는지부터 살필 것”이라고 밝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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